해고는 살인이다.

 어제부터 전화는 불이 난다.
 욕설, 전화기 너머 여기까지 들려오는 한숨소리, 술에 비틀거리면 전화를 붙들고 세상 끝낼 기세로 덤벼들며 악다구니 쳐대는 사람들. 대개는 40~50대 이상의 걸걸한 목소리들이다. 그 목소리만으로 그가 무슨 일을 해왔고 무슨 일을 겪었을지 안 봐도 훤하다.

 그렇다고 그들 다가 비정규직법 시행으로 해고 당한 이들은 또 아니다.
 그저 나라가 걱정돼서, 신문에 온통 도배해 놓은 해고 이야기에 불이 나서 그런단다.

 그 성난 얼굴에 팩트를 이야기해 봐야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다. 처음엔 다 들어주자 했다. 법은 누군가에겐 삶의 기회를 주지만 피치 못하게 누군가에겐 절망의 나락으로 빠뜨리는 것임을 겪어보지 않아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점잖은 어느 CEO의 나지막한 하소연에 갑자기 머리에서 불이 났다. 어려운 기업의 사정을 모른다고? 하루라도 중소기업을 해봤냐고? 그 점잖은 목소리에서 악마를 봤다. 그 법 어디에도 정규직으로 고용하라는 말은 없다. 갑자기 월급을 강제로라도 인상해줘야 한다는 조문은 단 한 문장, 단 한 단어도 없다. 단지 기간을 이유로 사람을 마음대로 해고하지 말라고 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세상을 모른단다. 기업들을 힘들게 한단다. 저 목구멍 깊숙이에서 세상의 모든 욕이 다 튀어나올 뻔 했다.

 그 다음 전화부터는 '네, 선생님 알겠습니다' 소리를 도저히 못 하겠다. 이 법이 어떤 법인지 한 줄도 모르는 사람한테는 욕을 해서라도 내용을 알려주고 싶었다. 왜곡되게 알고 있는 사람한테는 그게 아니라고 입씨름도 한다. 그러나 단 한 사람도 수긍하는 이는 없다. 애초에 말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고 하기 위해서 여기까지 전화가 왔을 터이다...  

 정부의 방침에 의해서 공공기관들은 의무적으로 10% 인원 감축을 한다. 그리고 올해 그 시기는 요즈음이다. 눈에 훤히 보이는 속임수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해고를 수단으로 사용하는 방식은 대통령이 사장 재직 시절 수법이었을 것이다. 언론은 십자포화를 쏴대고 전화 너머 그들은 그 돌격병이 되어 쏟아져 들어온다. 안타까울 뿐이다.

by 청해 | 2009/07/03 17:09 | 트랙백 | 덧글(0)
트랙백 주소 : http://tinghai.egloos.com/tb/1456387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