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의 부재가 부재의 증거는 아니다.
1.  7월 30일, 2연패 했다. 4강 길목에서 위태위태한 기아가 충격적(!)으로 패배한 것과 '심판의 날'이 되리라던 교육감 선거의 패배가 그것이다.

 기대가 컸다. 삼성에게 당한 2연패(그때의 충격파는 물론 더 했다)를 포함하더라도, 최근 10경기 승률이 7승 3패였다. 8개 구단에서 가장 안정적 선발진을 구축한 게 첫 번째 기대 요인이다. 또한 상대는 LG다. 올 시즌은 접은지 오래. 이미 리빌딩에 여념없는 팀이다. 용병 하나를 걸고 트레이드에 혈안이 된 팀이다. 승부에 대한 집중력이 경기 전부터 확연했다. 그러나 선발에 대한 강한 자신감은 유리벽 같은 것이었다. 선발이 불안할 때 받쳐줄 구원이 든든한가에 여전히 물음표였던 의구심을 그대로 확인시켰다. 잔루타이거스의 오명은 뒤진 경기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그래서다. 대안의 부재! 선발투수가 부실할 경우, 대안이 되어야 할 구원의 부재! 역전을 만들 강한 타선의 집중력, 근성의 부재! 지는 경기에서 기아는 대안이 없다는 것이 4강 행로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기대가 상당했다. 그도그럴 것이 지난 재보궐 선거에서 반MB 정서가 상당했던 탓도 있다. 촛불민심이 비록 주춤거리긴 했어도 그 여세도 무시 못 했기 때문이다. 상대는 리틀MB라 불리는 현 교육감이다. 부패지수 3연패 달성의 수훈갑이었다. 난립한 4명의 보수후보를 달래기도 바쁜 그였다. 'MB대 반MB'라는 훌륭한 전술도 있었다. 그러나 전술은 전술일 뿐, 전략없는 전술은 그보다 뛰어난 전술 앞에 막기 급급하다. '전교조대 반전교조' 전술 앞에 맥없이 무너졌다. 
 전술이 다가 아니다. 상대는 전략도 있었다. '영어, 학교에서 책임지겠습니다!' 확연히 뭘 하겠다는 건지 드러나는 슬로건이다. 주 후보는 이게 없었다. 억울하다 항변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각인되는 핵심 대안이 없다. 패인으로 말하는 강남 몰패는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강남 지역의 득표율이 정확히 지난 대선, 총선과 판박이다. 정확하게 자신들이 뭘 원하는지 알고 있다는 증거다. 학교가 좀 더 경쟁의 장이 되어야 경쟁에서 보다 우위에 있는 자신들의 자녀가 유리하다는 것을 강남 학부모들은 잘 안다는 것이다. 문제는 비강남 지역의 학부모들에게 아이들이 경쟁에 내몰려서는 안 된다는 구호 외에는 별다른 대안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2.  증거의 부재가 부재의 증거는 아니다.
 
 조급할 필요는 없다. 집권 초 1년은 밀월 기간임을 감안하고 보수 언론의 집중적인 전교조 공세에도 불구하고 거의 대등한 싸움을 한 셈이다. 게다가 이번 교육감의 임기는 고작 1년 10개월이다. 현직 교육감에게는 자신의 정책을 계속 이어갈 충분한 시간이 될 지 모르지만 정책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주후보에게 1년 10개월은 너무나 짧은 기간이다. 행정부 권력과 사법, 경제 권력이 모두 저들에게 있다. 교육감이 6조의 예산을 주무르는 거물이라 해도 중과부족일 가능성이 크다. 또 그 기간 동안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지 못할 경우 역풍은 아마 더 거셀 것이다. 문제는 대안이다. 영어몰입교육, 경쟁을 부추기는 학업성취도평가와 같은 줄세우기를 막을 대안을 준비할 시간으로 1년 10개월은 충분히 의미있는 시간이다.
 서울사람들이 정신 못 차렸다고 개탄하고 말 문제가 아니다. 거듭되는 반서민적 정책에도 불구하고 줄기차게 보수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지극 정성'(?)도 대안없음의 다른 표현이다. 촛불민심이 이번 선거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고 자신들의 처지를 자각 하지 못한 국민의 우매함으로 돌리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증거의 부재가 부재의 증거는 아니다.
by 청해 | 2008/07/31 14:48 | 討黃巢檄文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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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허난시 at 2008/08/01 23:33
정신없이 몇달이 흘러갔어.....신혼생활은 재밌어?
Commented by 청해 at 2008/08/04 10:55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는 결혼생활이라는데 나는 해도 주말부부, 안 했어도 주말커플인걸... 여전히 실감 안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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